“정치란 어떤 갈등을 선택하고, 어떤 갈등을 배제하느냐 하는 것을 본질로 하는 파워게임이다. 현실의 중심적 갈등을 배제하고 새로운 갈등으로 대체하려 할 때 정치가 갖는 파괴적인 양상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 정치를 부정적으로 보면서 정치 밖에서 외재적 제도를 부과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위험하다. 헌법이 잘못됐다, 단임제 때문이다 하는 식으로 정치 밖의 제도의 힘을 통해 안 풀리는 정치를 해결하려고 하면 결국 사태를 이데올로기적으로 만든다. 대연정 시도도 같은 성격의 문제를 가졌다. 갑자기 반지역주의를 들고 나오면서 불평등과 양극화 등 우리 현실의 실제 갈등을 이데올로기적 허상으로 대체하려 하고 선거를 통해 성립한 정당정치의 구조를 일거에 대통합하자는 태도의 연장선에 지금의 개헌론이 있다고 생각한다.  (중략)  무엇보다도 노무현 정부에 대해 비판적으로 보는 이유 중 하나는 노 대통령이 정치를 이해하는 방법과 그것이 가져온 매우 부정적 효과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사회의 광범위한 갈등이나 이해관계가 정당에 의해 대표되고 의회가 민의의 대표기구로서 역할을 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그런데 당정분리를 내걸고 당과 국회의 역할을 가급적 우회하거나 회피하려 하고, 청와대 중심의 정책 산출, 전문가 중심의 정책 산출, 관료 중심의 정책 산출에 너무 크게 의존했다고 생각한다. 노 대통령의 이러한 정치관이 대연정이나 지금과 같은 헌법개정 추진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본다(최장집).”

* 노무현 대통령의 자의적 의제설정과 권위적 규칙변경에 대한 최장집 교수의 비판적 분석: “노무현 대통령이 개헌 이슈 들고 나온 것과 마찬가지로 정치의 문제를 과도하게 단순화하고 둘 중 하나의 선택을 강요하는 것은 좋지 않다. 민주주의는 그런 것이라기보다 사회적으로 제기된 이슈와 의제에 대해 정치세력과 지도자들이 그 대안을 조직하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