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929년 10월 5일자 동아일보에는 탈옥을 권하는 크리톤에게 소크라테스가 ‘나의 양심이 육체보다 귀하다’란 이유로 탈옥을 거부하는 장면을 전하고 있다. 해석의 여지는 있으나, ‘악법도 법이다’란 말로 정형화되어 있지 않다는 점은 인정할 수 있다. 또한 1930년 3월 6일자 매일신보 어린이 코너에 「희랍의 성인 쏘크라데스」라는 제목의 기사로 소크라테스를 소개하고 있다. 여기서 『크리톤』의 한 장면을 소개하면서 소크라테스가 크리톤의 권유대로 탈옥을 하지 않으면서 내 세우는 이유가 ‘악법도 법이다’란 통념과는 다르다. 그는 ‘내게는 다만 정의가 있을 뿐 죽음을 두려워하랴. 인생의 참된 집이 영혼에 있음을 알지 못하느냐’라고 했다고 한다. 이를 보아서 이 당시에는 ‘악법도 법이다’란 통념이 적어도 아주 광범위하게 퍼져 있던 것은 아니라는 점을 추측할 수 있다. …  그런데 1973년 9월 25일자 조선일보에는 최명관이 텔레비전에 나오는 인사가 그런 말을 했고, 대학생들도 종종 그런 답을 적는다고 하면서 ‘악법도 법이다’란 말은 소크라테스가 한 적이 없음을 밝히고 있다. 뒤집어 보면 이미 그때는 그런 상식이 공공연하게 유포되어 있었다는 소리인데, 그럼 그 시점과 출처는 어디일까?”

2. “현재 확인된 바로는 국내나 일본에서 ‘악법도 법이다’란 말과 소크라테스를 연관 지은 가장 오래전 학자는 오다카 도모오(尾高朝雄)이다. 『실정법질서론』이라는 책으로 유명한 이 학자는 일본의 법철학자로서 1930년 경성제국대학 교수로 승진하여 해방 전까지 재직하다, 해방 후에는 일본 동경대학교 법학부 교수로 재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다카는 1937년 출판한 『法哲學』에서 실정법주의와 소크라테스를 연결하고 있다. 먼저 유택성에 따르면 오다카는 이 책에서 ‘惡法도 法이기 때문에 一應 지켜야 하며 惡法이라는 것을 國民에게 널리 弘報하여 正當한 立法節次에 따라서 그 惡法을 改正하여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 같은 책에서 오다카는 ‘이와 동시에 그는 국가의 실정법에 복종하는 것은 어떠한 경우에도 따라야 할 시민의 의무로서 설하고 선량한 시민이 나쁜 법에 복종하는 것은 나쁜 시민이 좋은 법을 배반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道를 위해 탈주를 권하는 친구나 제자의 간원을 물리치고 무실무당하게 그에게 가해진 사형의 판결을 중하게 여겨서 아테네의 감옥에서 순순히 독배를 받았다. 즉 소크라테스는 실정하는 법을 초월한 정의의 객관성에 대한 신념과 실정한 법에 내재한 질서의 확실성의 존중을 그 비극적인 궁행실천 안에서 종합해서 보여준 것이다’라고 해서 실정법주의와 소크라테스를 확실하게 연결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까지 확인한 바로는 바로 이 오다카 도모오가 ‘악법도 법이다’란 경구도 최초로 국내에 소개하고, 이 경구를 소크라테스와 관련짓기도 처음 한 사람인 것으로 보인다.”

_ 김주일 “성균관대학교 철학과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정암학당 연구원으로 활동 중이고 성균관대학교와 추계대학교 등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주요 저서 및 번역서로는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럼 누가?》(2006)와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 단편 선집》(공역, 2005), 《알키비아데스》(공역, 2007), 《에우튀데모스》(역, 2008) 등이 있으며, <에우튀데모스의 쟁론술과 대화술의 대비가 갖는 몇 가지 함의들〉등 몇 편의 논문을 발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