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은 건설에만 10년이 걸리며 이후 발전(發電) 과정에서도 수요변화에 따른 공급조절이 불가능하다. 이런 측면에서 원전은 장기수요의 불확실성이나 단기적인 수요변동에 대한 대응력 측면에서 매우 경직적인 설비다. 1980년대 원전의 과잉투자로 설비가 남아돌자 정부는 전기요금의 인하와 심야시간대 반값쎄일로 수요확대에 나섰고, 이는 결국 전력다소비 산업을 키우고 필요 이상의 전기수요 증가를 불러왔다. … MB정부는 온실가스 감축과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이름으로 또다시 대규모 원전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그 계획대로라면 2030년 우리나라 발전량에서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60%가 되어 사실상 원전 ‘올인’ 구조로 가게 된다. 원전설비가 정부의 요금규제정책과 맞물려 필요 이상의 전기수요를 촉발하고, 이것이 다시 원전 건설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경제학에서 이미 사망선고를 받은 이론, 즉 “공급은 그 스스로 수요를 창조한다”는 ‘쎄이의 법칙’이 한국에서 ‘원전판 쎄이의 법칙’으로 부활하고 있는 셈이다.”
_ 조영탁, 창비주간논평 2011. 6.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