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3일 경향 복지토론회에 참석한 장경섭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현재 한국인의 삶이 ‘혁명 전야’의 그것이며, 구성원의 재생산에 관심이 없는 식민주의의 그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저서 <가족, 생애, 정치경제>(2009), 꼭 일독을 권한다.”

“필자가 ‘압축적 근대성’(compressed modernity)이라고 명명해 온 이런 변화는 한국인들에게 엄청난 성취감과 함께 적응의 부담을 안겼다. 이러한 역사의 무게는 대다수 사람들에게 가족을 매개로 하여 부과되었고, 한국인들의 가족을 둘러싼 희로애락은 그만큼 증폭되었다. 그런데 지난 세기말의 급작스런 경제위기는 이미 엄청난 삶의 무게로 비틀거리던 무수한 한국인들에게 결정적 타격을 가하게 되었다. 그리고 위기대응책으로서 추진된 산업구조 및 노동시장의 급진적 재편은 대다수 사람들의 삶에서 경제적 안정성을 근본적으로 훼손시키게 되었다. 이처럼 급류에 휩쓸린 듯한 상황에서 지치고 다급해진 한국인들이 광범위하게 보여 온 반응이 ‘가족이라는 짐’을 더는 것이었다. 이혼, 별거, 가출, 가족유기, 부양포기가 급증하고, 너도나도 출산과 결혼을 포기하거나 무기한 연기하는 등 가족의 현실적 범위나 효력을 줄이기 위한 갖가지 안쓰러운 노력들이 국제통계적 사건이 되는 수준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로써도 불충분하면 아예 스스로의 목숨을 해하는 경우마저 급증해 세계적 자살사회가 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가족이탈 혹은 탈가족화 추세는 한국인들이 가족과 전혀 분리된 새로운 삶의 양식, 예컨대 개인주의적 삶을 적극적으로 추구하기에 나타난다기보다는, 역설적으로 한국인들이 여전히 가족에 강하게 집착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예컨대, 자녀에 대한 교육열은 어느 때보다도 가열되어 있고, 심지어 집단적 미국 원정출산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는 형국이다.”

“그 동안의 연구경험 등을 바탕으로 내린 ‘모든 사회학자는 비교사회학자이어야 한다’는 지론을 최대한 살려 가족과 관련한 한국사회의 핵심적 특질들을 밝혀내려고 이 책을 준비했다. 비교사회학자는 사회들 사이에서 중립적이어야 하고 따라서 특정 사회의 시민적 혹은 생활인적 관점을 버리면서도 문화특수주의(cultural particularism)적 입장에 기대지 않고 하나의 혹은 복수의 사회를 체계적으로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압축적 근대성은 한국사회의 가족중심적 질서와 한국인들의 가족주의적 태도에 대해 그러한 비교사회학적 분석을 가능케 하는 유용한 지적 도구라고 생각한다. 압축적 근대성은 원래 중국사회 연구로 학문적 출발을 했던 필자가 1990년대 초반 귀국 후 한국사회에 대해 연구관심을 형성하면서 하나의 문제인식 틀(frame for problematizing)로서 스스로에게 제시했던 것이다. 그동안 필자가 한국사회에 관해 썼던 거의 모든 글들이 압축적 근대성을 바탕에 깔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 한동안 한 일간신문([한국일보])의 논설위원으로서 매주 한 편 정도의 사설을 집필하면서 이 문제의식을 거의 매번 반영시켰었다. 그동안의 오랜 희망은 압축적 근대성에 대한 세 편의 연작을 집필하는 것이었는데, 그 첫 번째로서 가족-생애-사회의 관계를 다양한 측면에서 다룬 본서를 준비하는 데 너무나 오랜 기간이 소요되었다. (압축적 근대성의 거시 사회제도적 특수성 및 아시아 사회들 사이의 비교를 각각 다루는 후속 저서들을 계획하고 있고, 또 부분적으로 관련 연구결과들을 발표하기도 했지만, 당장은 완성 시점을 예측하기 어렵다.)”

제1부 역사적 이론적 배경
1장 압축적 근대성과 한국가족

제2부 압축적 근대성, 가족변화, 가족이념
2장 불균형 핵가족화
3장 가족이념의 우발적 다원성

제3부 압축적 근대성과 생애과정의 정치경제
4장 신세대로서의 노인인구
5장 청소년기의 사회각축장화
6장 성 분업의 근대적 재구성

제4부 압축적 근대성과 가족주의 개발정치
7장 가족부양과 복지국가
8장 사회투자가족과 교육정치
9장 가족농과 반농민적 산업화

제5부 가족의 종언?
10장 한국가족의 정상위기?
11장 가족, 사회학, 사회개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