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약 100여 년 전 상하이 와이탄의 번화가에 위치한 기독청년회(YMCA) 야간학교에서는 매주 1회씩 8주에 걸쳐 정치학 강의라는 특별반이 개설되었다. 여기에 초빙된 강사는 중국에 최초로 사회진화론을 체계적으로 소개한, 당시 중국인 가운데 서양의 언어와 학문에 가장 정통했던 옌푸(嚴復, 1854~1921)라는 50대 초반의 학자였다. <정치학이란 무엇인가 政治講義>(1906)는 바로 이 강의를 위해 마련된 원고를 토대로 만들어진 책이었다. 이 책은 중국에서 최초로 강의된 정치학 과목의 교재였던 것이다.”(양일모, 2011)
“이 책이 씌어졌던 때는 청나라 조정에서 입헌국가의 실현을 대체할 새로운 중국을 구상하면서 치열한 정치적 논쟁을 펼치고 있던 시기였으며, 또 한편으로는 혁명의 방법을 통해 군주제를 청산하고 공화제를 실시하자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되던 시대였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옌푸는 입헌군주제인가 아니면 혁명인가 하는 정치적 선택에서 한 걸음 물러나 중국의 현실을 관조하는 견지에서 정치학의 원론을 강의하고자 한 것이다. 그는 첫 강의에서 ‘내가 강의하고자 하는 것은 정치의 학문(學)이지, 정치의 기술(術)이 아니다’라고 선언한다. … 정치의 학문이라는 것은 대상을 파악하는 것으로서 격물궁리(格物窮理)의 탐구 과정이었다. 이에 비해 정치의 기술이란 어떤 일에 대하여 그 대처방안을 묻는 것으로서 어떻게 할 것인가를 묻는 과정이었다. 이어서 그는 … 두 번째 강의에서 ‘진화론적 방법, 역사적 방법, 비교적 방법, 귀납적 방법’에 의거하여 정치학을 과학적으로 연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서양의 생물학적 진화론뿐만 아니라 사회진화론을 수용한 그는 정치와 사회를 다루는 학문 또한 과학적 방법론에 입각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중국에서 처음으로 정치학의 과학화를 제창한 것이다. 그는 자신이 번역한 헉슬리의 윤리학이나 스펜서의 사회학을 포함한 서양의 학문 자체가 과학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믿었으며, 이러한 과학적 방법과 태도에 의거한 탐구야말로 진정한 학문이라고 생각했다.”
제1회 정치학을 어떻게 연구할 것인가
제2회 정치학은 무엇을 다루는가
제3회 국가는 어떻게 성립하고 진화해 왔는가
제4회 국가를 어떻게 분류할 것인가
제5회 민권과 자유란 무엇인가
제6회 정부의 권력과 국민의 자유란 무엇인가
제7회 자치와 다수의 통치는 어떤 관계인가
제8회 전제와 입헌의 차이 및 정치학의 주요 법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