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이란 글쓰기입니다. 루이스가 글쓰기에 대해 조언한 것이 있는데, 그 핵심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분명히 하고 그것이 전달될 수 있게 글을 쓰라고 했습니다. 번역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번역은 처음부터 끝까지 글쓰기입니다. 영어를 잘한다고 해서 번역을 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영어와 한국어가 만나는 접점에서 그 내용을 잘 설명해주는 글을 쓰는 것입니다.”

“번역이란 저자의 말을 가능한 정확하게, 무엇보다 이해하기 쉽게, 최대한 간결하면서도 유려한 우리말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얼마전 TV에서 송창식 씨가 기자의 질문에, ‘노래라는 것은 실력이 아니라 몸으로 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봤습니다. 사람들은 노래는 목으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노래하는데 그만큼 잘하는 사람은 많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정말 잘하려면 그 다음부터가 필요한데 그것은 몸으로 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처음에 재주로 할 때는 차이가 조금 나지만 3, 4년 지나면 차이가 안 나기 시작하고 5, 6년 지나면 먼저 소질 있는 것은 다 무효가 되더라는 것입니다. 재주가 아니라 몸의 꾸준한 연습으로 하는 거라는 말이 번역으로 먹고 사는 제게 큰 격려가 되었습니다. 번역도 기실 몸으로 하는 까닭입니다. 먼저 본문을 꼼꼼히 읽어 그 의미를 충실히 파악한 후에, 작은 것 하나라도 미루어 짐작하지 않고 인명이나 지명부터 인용되는 책 제목에 이르기 까지 사전 찾기는 기본이고 참고자료를 최대한 찾아 확인합니다. 그리고 유려한 우리말이 나올 때까지 궁리하면서 고치고 또 고치는 작업을 하는데, 이 모두 내 손과 발을 움직여 머리를 굴려서 하는, 몸의 작업니다.”

“모든 그리스도인은 자기 자리에서 하나님의 성품과 언어를 번역하는 번역가라 할 수 있습니다. 말로만이 아니라 행동, 표정, 자녀교육 방식, 삶의 방향, 지향성, 습관, 취미 등 총체적으로 하나님을 번역하는 삶을 사는 겁니다. 이는 우리가 원하건 원하지 않건 피할 수 없는 일입니다. 어떻게 하면 오역을 조금이라도 줄여나가고, 괜찮은 번역을 할 수 있는 소양과 실력을 키워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을 뿐이지요.”

_ 홍종락(매일성경, 2011. 09+10)

* 2011년 9월 현재, 82권을 번역한 홍종락이 추천한 두 권의 책은 <우리가 얼굴을 찾을 때까지>와 <꿈꾸는 인생>이다. 축복과 위로와 간증을 몸으로 번역하는 자가 되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