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도올]는 철학에서의 리얼리즘이 “중세보편논쟁에서 개체적 실재성을 주장한 유명론자들(Nominalists)과 반대 입장에 선 매우 보수적인 사상”이라고 한다. 이게 뭔 소리인가? 내가 알기로 유명론은 보편적인 존재가 하나의 명칭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는 인식론의 학설이다. 그리고 그것이 인식론에서 거론되는 한, 학설 이론의 보수성/진보성을 논하는 것은 황당무계한 태도이다. 왜 이런 오류를 버젓이 써놓은 것일까. 독자 중에 철학개론 한 쪽 들여다본 이도 없을 거라 생각한 걸까(미디어 오늘, 071017).

  “보편자가 실재한다는 측을 ‘보편-실재론(realism)’이라 하는데 거기에는 두 견해가 있다. 하나는 그것이 객관적으로 개물에 ‘선행’해서 실재한다는 초월적 실재론이며(플라톤, 안셀무스), 다른 하나는 그것이 개물들 가운데 ‘공통’하는 개념으로 있다는 내재적 실재론이다(아리스토텔레스). 그리고 명목론(nominalism)은 보편자의 개념 내 실재성을 극단화하여 보편은 개물 뒤에 있는 하나의 ‘이름’일 뿐이라고 한다(스코투스, 오캄). … [예를 들어,] 보편-실재론자에게 인간성은 하나의 실재이지만, 명목론자에게는 실재하는 것은 개개의 인간들 뿐인 것이다(<<철학의 제문제>>에서 일부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