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하이파(Hifa)라고 하는 이스라엘 유치원이 있었어요. 유럽에서는 부모가 아이를 데리러 가야 아이를 내줍니다. 애 혼자 돌아다니는 거 안 돼요. 영국에서는 열 살 이하의 아이가 혼자 다니면 불법입니다. 우리 아이들처럼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없어요. 부모나 대리인이 와야 아이를 내주니까 부모가 안 오면 선생님들은 자기 시간을 빼앗기는 거예요. 선생님들은 정말로 부모들이 빨리 데려가기를 원하죠. 영국 같은 경우는 2시간 이상 안 데리러 오면 사회보호시설로 넘겨버립니다. 하이파 유치원에서 자꾸 부모가 지각하니까 이런 제도를 만듭니다. 30분 늦으면 10000원, 1시간 늦으면 20000원. 이렇게 벌금제도를 만들었어요. 지각이 늦었을까요? 줄었을까요? 늘어납니다. 이건 뭐냐 하면, 사람들이 면죄부라고 생각한 거예요. 또 이왕 늦으려면 59분까지 늦어요. 30분 늦으면 10000원이니까 59분까지 놀다 가요. 실패한 정책이죠. 물질적인 인센티브, 즉 벌금을 내게 하면 지각이 줄어들 줄 알았지만, 거꾸로 된 겁니다. 그래서 이걸 없애버립니다. 어떻게 됐을까요? 벌금 없애니까 더 늘어납니다. 이제는 사람들이 물질적인 데 익숙해지고 윤리 수준을 거기에 맞춰버린 거예요.”(159~160)
2. “최근 가장 절망적이었던 게 뭐냐 하면,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신뢰도 조사입니다. 앞서 세계가치조사에서 우리나라가 평균 이상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지금도 수준으로는 평균 이상이에요. 전 세계 신뢰도 수준을 조사해서 전체 나라를 쭉 늘어놓고 보면 중간쯤이에요. 그런데 떨어지는 속도가 세계 1위예요. 그러니까 상당기간 동안 우리나라 사람들끼리 서로 믿는 게 있었는데, 불신의 속도가 굉장히 빨라지고 있는 거예요. 급기야 [의무교육이 종료되는 시점인] 15세를 대상으로 조사하니까 꼴등이 됐어요. 이게 무슨 의미냐 하면, 앞으로 걔들이 어른이 되는 10년 내지 15년 후면 우리나라의 전체 신뢰도가 꼴찌라는 거예요. 그러면 진짜 망합니다. 신뢰도가 그 정도가 되면 나라에 제대로 돌아가는 게 없어요. 모조리 물질적으로 다 보상을 해야 일이 되고, 서로 믿고 하는 게 없어요. 전부 계약으로 하고 조금만 잘못되면 소송 걸고, 무지무지하게 비용이 많이 드는 사회가 되는 겁니다.”(163~164)
3. “사실은 교육이 협력을 가르쳐야 됩니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이란 건 경쟁만 가르치고 있죠. 정말 살인적 경쟁을 강요하죠. 그러니까 애들의 신뢰가 땅에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아까 남을 믿느냐는 신뢰도 조사에서 꼴등 나왔다고 했잖아요. 남과 협력하는 능력에서도 꼴등 나왔어요. 그런데 바로 그 열다섯 살짜리 아이들이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라는 시험을 봤어요. … 거기에서 우리나라가 2등 했습니다. 3년에 한 번씩 보는데, 세 번 봐서 다 2등 했어요. 그러니까 지식은 굉장히 많이 쌓인 거예요.” “세 번 다 1등 한 나라가 있습니다. 핀란드. 핀란드 교육은 어떠냐? 등수가 없습니다. 시험은 봐요. 그러나 시험은 오로지, 선생님이 얘가 뭘 잘하고 뭘 못하나를 알기 위해서 보는 것이지 등수는 안 매깁니다. 등수 안 매기면 공부 안 할 거 같죠? 물론 얘들 공부 안 하더라구요. … 이렇게 공부를 안 하니까 애들이 지식 수준이 낮아야 되는데 얘들이 세 번 다 1등 했습니다.”(167~168)
4. “우리는 초중고 12년 동안 협력하지 않는 법을 배워요. … 12년 동안 싸우는 법을 배우고 협력하는 법을 모르니까 대학교 가면 갑자기 100등 이하로 떨어집니다. … 신이 딱 하나 바꾸는 걸 허용해주신다면, 저는 교육을 바꾸고 싶어요.”(168~170)
5.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모든 정책이 신뢰와 협력을 촉진시키는 정책이어야 돼요. 그런데 신뢰와 협력을 없애는 정책도 있습니다. 아니 굉장히 많습니다.”(159)
* 정치경제 체제 하에서 조형된 사회적 심성의 개선은 ‘교육’에서 비롯된다, 고 믿는다. 과연 입학사정관제는 죄수의 딜레마를 사슴사냥게임으로 전환시키는 매개체가 될 수 있는가. 최소 2년간 지속된 활동내역만 기입할 수 있는 <협동학습 보고서> 도입을 검토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