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나는 스스로 내 자신이 합리적 보수주의자라 생각한다. … 나는 한미 FTA 비준과 관련하여, 그것이 여러 가지 점에서 문제가 있는 불평등 조약일 가능성이 있고, 특히 사법부의 재판관할권을 빼앗는 점에서 사법주권을 침해하는 조약이며, 이에 대해 국민으로부터 사법권을 위임받아 이 조약을 포함한 법률의 최종적인 해석권한을 가지고 있는 우리 법원에서 이제라도 자신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제안을 하려고 한다.”
1. “첫째, 우리나라는 성문법 국가이고, 한미 FTA가 비준되어 발효되면 그 협정 자체가 법률과 동등한 효력이 있는 조약으로서 규범적 효력을 갖추게 된다. 그러면 신법우선의 원칙에 따라 1,500페이지에 달하는 한미 FTA에 배치되는 모든 법률과 하위 규범은 달리 개정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무효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은 불문법 국가로서 한미 FTA자체가 법규범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이행법안을 만들어서 이를 의회에서 통과시키면 그 이행법률만이 규범적 효력을 갖게 된다고 한다. 한미 FTA로 우리나라에 있는 모든 법률상 장벽은 제거되었는데, 미국에 있는 모든 법률상 장벽은 존속한다는 것으로 이것이 불평등 조약이 아니고 무엇인가?”
2. “둘째, 네거티브 방식에 의한 개방이다. 즉 한미 FTA는 개방을 유예하거나 제한하는 분야만 협정에서 적시를 하고 나머지는 모두 완전히 개방하는 방식을 취한다. 그래서 앞으로 예측하지 못하는 새로운 서비스 시장이 열리게 될 경우, 우리나라가 이를 보호하고 시장의 이익을 지킬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참고로 EU와의 FTA는 포지티브 방식을 취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을 때도 포지티브 방식에 의한 개방을 택했어야 하는 것이다.”
3. “셋째, 래칫조항이다. 역진방지는 우리나라 정부가 그때그때 경제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는 시장보호정책을 취할 수 있는 여지를 없애는 족쇄이고, 우리나라 시장경제를 낚시바늘에 꿰인 물고기 신세로 만드는 조항이다.”
4. “넷째, 상대 국가의 정책이나 규정에 의해 직접적으로 입게 되는 손해가 아니더라도 이를 통해 간접적인 피해를 입었다고 판단되면 보상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5. “다섯째, 이른바 ISD조항이다. 이것은 본질적으로 우리 나라의 사법주권을 빼앗는 조항이다. 왜 우리 나라에서 벌어진 분쟁에 대해 국내 법원이 아닌 제3기관에 권리구제를 맡겨야 하는가? 왜 국내법과 같은 효력이 있는 조약의 해석에 관하여 법률의 최종적인 해석권한이 있는 법원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사법권을 포기해야 하는가?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줄 것은 다 내어주고 받을 것은 하나도 못 받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협상이 맺어지게 됐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