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세계 사회학의 장에서 미미했던 부르디외가 독자적 — 즉, 프랑스 고유의 — 이론을 발전시킬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프랑스 고유의 이론을 재해석하고 재전유했기 때문이 아니라, 당시 지배적이었던, 그래서 “거기서 시작할 수밖에 없었던”, 미국 사회학에 대한 정밀한 분석과 연구/비판을 통해서(즉, 적극적 참여를 통해서) 자신만의 독자 이론인 발생적 구조주의(genetic structuralism)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부르디외의 예가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가? 이것은 독자적 한국 사회이론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결국 세계 사회과학의 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이것은 우회해서도, 피해서도 안 되는 정면 돌파의 길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무리 국내에서 탈식민지적 글읽기 등을 외쳐도 한국 사회과학이 외국 이론의 수입상이라는 문제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세계 학문 시장에의 참여자가 되지 못하고 장(field) 밖에서 방관자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김경만,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