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 ‘영적 고멜’아. 욕정을 움켜쥐지 말고 내려 놓아라. 상황을 내가 주관한다고 착각하면 반드시 징크스에 얽매여 사단의 장난에 휘둘린다.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찌라도 그 걸음을 인도하시는 자는 여호와시니라.” “주의 길로 다니며 뛰어 놀게 하시네.”
2. 여태껏 알량한 ‘학습 포만감’에 젖어, 영양 불균형에 따른 ‘덕(arete)의 아사’를 기만해 왔다. 지금 이 상태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3. ‘스트레칭 가이드북’ 구입할 것, 그리고 C사로 이사할 것.
4. & Hidden Track . almost from 김작가
가. Music : “음악은 시간의 흐름에 묶여 있는 공기의 진동이다. [국악과 달리, 특히] 양악은 하나의 클라이맥스를 위해 달려가고 거기에서 그 다음 클라이맥스를 찾아서 달려간다. 모든 소리는 어디론가 방향성을 가지고 움직이고, 이런 움직임을 통해 하나의 세계를 창조한다. 마치 흘러가는 강 같다고 할까.” “음악의 가장 기본적 요소라 할 수 있는 ‘리듬’의 경우 철저히 음계나 화성 또한, 진동의 비례에 대한 [시간의] ‘대수적 대칭’에 기반하므로, 음악이란 본질적으로 수학적이다. 수학적 요소를 자연 상태에 - 공기의 진동 형태로 - 존재하는 소리를 이용하여 표현한다는데 음악의 아이러니한 본질이 있다. [다만] 어둠이 있으므로 빛이 의미가 있듯이, 대칭적 요소는 비대칭적 요소에 의해 의미가 부여되고, 가치가 공고해진다. 예술가는 언제나 이러한 대칭과 비대칭 사이의 적절한 균형점을 찾으려고 노력하며, 예술적 지표로 삼는다. 이렇게 밝혀진 균형점은 감상자에게 익숙해짐에 따라 정형화되고, 그 자체가 대칭적 요소로 인지된다. 그러나 정형화된 비대칭성은 이미 비대칭적 요소로서의 역할을 상실하였으므로, 그러한 지점의 답습은 더 이상 균형점에 대한 창조적 탐사라고 볼 수 없다. 이 것이 예술가들이 끝없이 새로운 비대칭성을 갈망하는 이유다.” 이러한 대칭성과 비대칭성의 탐사적 균형을 표현하는 “음악을 이루는 3대 요소는 멜로디와 비트, 사운드다. 이는 한국 대중음악에서 강조되는 순서의 열거다. 멜로디가 앞에 나서고 비트가 그 뒤를 받치며 사운드는 이들을 감싸 안는 형국이다.”
나. Melody : “스웨덴에 무슨 자원이 있고 무슨 상품이 유명한 지, 잘은 모른다. 하지만 하나는 안다. 바로 멜로디의 땅이라는 사실 말이다. 이 나라에서는 도대체 무슨 영문인지 잊을만하면 기가 막힌 멜로디가 튀어나오곤 했다. 아바가 예언했고 에이스 오브 베이스가 입증했다. 옌스 렉만(Jens Lekman) 역시 누가 그 동네 출신 아니랄까봐 처음부터 끝까지 멜로디의 홍수를 퍼붓는다. 한없이 낙관적인 그의 목소리는 20세기 초반 파리의 살롱에서나 느꼈음직한 끈적한 로맨티시즘과 2008년 런던의 중산층 클럽의 모던함이 고루 베어있다. 뜬금없이 인류학을 공부하고 싶다. 스웨덴으로 날아가서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나라길래 이런 멜로디들이 쏟아져 나오는지를 탐구하고 싶다. 영미권에서는 멜로디의 시대는 끝났다며 비트와 사운드, 하이브리드로 아젠다를 설정해놓고 있는 이 시대에 이런 야무진 음악이 나오는 비결은 무엇인가. 어디 스칸디나비아 산맥 구석에 멜로디의 광산이라도 숨겨둔 것일까. 아아, 그의 음악을 들으니 진심으로 연애를 꿈꾸게 된다. 이런 음악과 함께라면 언제든 행복한 데이트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다. Beat : 비트는 생동감 곧 ‘음악의 심장박동’이다. “격정적인 음악의 비트는 빠르다. 처지는 음악의 비트는 반대다.” 글쓰기를 할 때는 “비트 보다는 선율 중심의 음악이 좋을 수 밖에 없다. 몸을 멈추지 않고, 천천히 흐르게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자기 자신과의 대화가 중요하니 지루함을 잊게 해주되, 그 대화를 방해하지 않는 음악이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선율 중심의 명상 음악이 좋지만 멜로디가 너무 부각되서도 안된다.” 도마 위에서 사유를 토막내기 보다는, 강물 위에서 영감을 흐르게 한다. 잔잔히 그러나 그곳을 향해 시종일관.
라. Sound : “사운드는 멜로디를 선연하게 드러내기 위한 병풍 구실을 하는 경우가 많다. 사운드 그 자체에 주력했던 시도의 결과물에 그리 만족했던 기억은 별로 없다. 이는 한국 대중음악과 서구·일본 대중음악의 차이이기도 하다. 솔직히 말하건대, 만약 이 앨범을 아무런 정보 없이 들었다면 당연히 유럽 어드메에서 발매된 신인의 음반이라 믿었을 것이다. 트램폴린은 차효선이라는 여성 뮤지션의 원맨 밴드다. 그동안 홍대 앞 라이브 클럽에서 꾸준히 공연을 해오다가 조용히 데뷔 앨범을 냈다. 아날로그 신시사이저를 활용해 디지털로 뽑아내는 최근의 일렉트로니카 음악에서는 좀체 느낄 수 없는 인간적 정취를 내는 이 앨범의 미덕은 앞서 말했듯 사운드에 대한 밀도 있는 집중이다. 다채로운 음원이 적절한 층을 쌓으며 파스텔로 그려낸 점묘화를 만든다. 각각의 소리가 멜로디와 비트의 경계를 넘나들며 유기적 모색의 향연을 펼친다. 여기에 간과할 수 없는 보컬 멜로디가 얹히며 이 앨범은 일렉트로니카 팝의 수작으로 격상된다.”
마. Coda : “서태지는 이 싱글을 통해서 드릴 앤 베이스, IDM(Inteligence Dance Music), 토이트로니카처럼 일반인에게는 이름조차 낯선 다양한 장르를 흡입했다. 어느 나라에서나 주류 음악계에서는 잘 쓰이지도 않는, 철저한 하위 장르이자 이른바 마니아용 음악이다. 그런데 서태지는 그런 장르를 조합해 최근 어느 앨범보다 대중적인 음악을 만들어냈다. 저 복잡하게 쪼개지는 비트와 낯설지만 적확한 온갖 음향 위에 예의 그 천진난만한 목소리로, 마치 동요라 해도 그리 틀리지 않을, 애수 어리며 발랄한 멜로디를 얹는 것이다. 이런 작업 방식은 서태지가, 정확히 말하자면 ‘서태지와 아이들’이 세상을 평정할 수 있었던 주요한 무기다. 서태지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스타일의 뮤지션이 아니다. 그의 진정한 재능은 상이한 음악 재료를 기가 막히게 섞어서 대중적인 음악을 만들어내는 데 있다. 그런 점에서 <모아이> 싱글은 서태지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의 진수를 선보인다. 한국에서 이런 비트와 사운드를, 그것도 주류 대중음악에서 들을 수 있으리라고는 감히 생각도 못했다. 여기에 이토록 설득력 있는 멜로디가 더해지니, 이것은 서태지를 서태지로서 존재하게 했던 바로 그 음악이다. 서태지가 가장 잘하는 것, 그리고 가장 잘해왔던 것의 연장선상에 <모아이>가 있다. 그가 음악적으로 1990년대를 리드할 수 있었던 힘은 바로 ‘새로움’이었다. 하지만 그 새로움이 땅에서 불쑥 솟아난 게 아니라 하이브리드에 있었다는 걸 <모아이>는 다시 환기시킨다.”
바. Bonus Track : “Portished의 [Third]는 10년 만에 나온 음반이 아니다. 10년이 걸린 음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