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혁당 사건 관련자의 아들이다. 30년 전 어머니는 인혁당 사건으로 광주교도소에 복역 중이던 아버지를 면회하고 돌아오는 길에 광주 시내에서 “박정희는 참 나쁜 ×이다”라고 외치셨다. 그러자 바로 경찰서에 끌려가 인사불성이 될 때까지 온몸을 구타당한 뒤 노숙자 시설 같은 곳에 몇 달 동안 방치되셨다. 그러다가 우리 집에 자주 드나들었던 형사가 택시에 어머니를 태우고 우리 어린 형제들에게 데려왔다. 그때 어머니는 우리 얼굴도 알아보지 못하셨다.

어머니는 그 뒤 병원에서 몇 해를 보내시다가 내가 중2(1981년) 여름방학 때 퇴원해서 나와 함께 시골 큰댁에서 주무시다가 내 품에서 고통을 호소하시며 돌아가셨다. 30년 전 한 여인은 대통령을 욕했다는 이유로 맞아 병원생활을 하다가 죽었다. 그런데 30년이 지난 지금, 나의 어머니에게 욕먹은 그 대통령의 딸은 현직 대통령을 욕하고도 오히려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인혁당 사건이 법원 재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30여년 전, 어머니와 추운 겨울날 손을 꼭 붙잡고 새벽기도회를 갔었다. 그때 큰 보름달이 언덕 위에 걸려 있었다. 어머니께서는 저희에게 저 달을 보면서 각자의 소원을 빌어보자고 하셨다. 그때 어머니의 소원이 바로 며칠 전 법원에서 판결한 아버지의 무죄 아니었겠는가? 최근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참 나쁜 대통령이다”라는 말로 세간의 이목을 끈 적이 있다. 그러나 어머니에게는 박정희 대통령이야말로 참 나쁜 대통령이었다(황세영/경기 고양시 일산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