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소설을 ‘실패한 보물찾기’로 규정한 이는 헝가리 비평가 루카치였던가. 근대소설뿐만 아니라 장유정 대본의 등장인물도 하나같이 첫 목표를 이루지 못한다. 허나 그들은 보물을 찾아 떠난 여행길에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다. 깨달음이 꿀처럼 달 때 관객은 함박 웃고 깨달음이 약처럼 쓸 때 관객은 눈물 쏟는다. 장유정은 기막힌 반전을 통해 깨달음을 극대화한다. … [장유정은] 반전을 통해 등장인물에 대한 연민이 자라고 팜플렛에서 작가 이름을 확인하게 만든다. 나는 이것을 장유정식 ‘따듯한 반전‘이라 명명하고 싶다. 무엇에 대한 따듯함인가. 인간이 지닌 나약함을 향한 따듯함이다. 아내와 딸을 두고 돈 벌러 상경한 못난 아비 최병호, 사랑하기 두려워 먼저 연락을 끊고도 첫사랑을 찾으려는 여인 오나라, 적당히 사회적 지위를 유지하며 지내다가 밀물처럼 찾아든 사랑에 혼란스러워하는 김찬일 강유경 부부, 아버지가 남긴 유산을 차지하기 위해 안면몰수하고 싸우는 이석봉 이주봉 형제. 작가는 속물근성을 적나라하게 꼬집으면서도 그들이 꼭꼭 숨겨온 삶의 애환을 보듬어 안는다. 악행에 찌들어도 미워할 수 없는 존재, 그가 바로 인간이다(김탁환, 08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