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와 종합을 특징으로 하는 중국의 사유는 절대적이거나 초월적인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것이 근본적으로 중국 사상과 서양 사상의 차이를 결정지었다. … 칼 슈미트의 정치철학에서 보듯이 서양의 정치는 ‘적과 나’의 구별에서 시작되지만, ‘천하의 바깥’이 없는 중국 고유의 사유에서는 적이 필요하지 않다.” “서방의 관용정신은 비록 이단과 적과 타자를 혐오하지만 이를 참는 것인데 비해, ‘천하의 논리’가 추구하는 세계질서는 적을 벗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그리하여 중국의 천하체계는 “천하를 얻는 일이 백성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라 믿는 용인술로 귀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