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북한에서 ‘배급 세대’가 ‘장마당 세대’로 교체되기 시작한 것은 10여년 전부터다. ‘장마당(북한 당국 지정 시장) 세대’는 1980년대 초 이후 태어난 사람들이다. … 그들의 부모는 국가가 절대적으로 지배했던 사회에서 자랐다. 30세 이상 북한 주민 대부분은 국가가 시키는 일을 하고 정해진 배급을 받고 사는 것을 자연스럽게 여겨왔다. 그들은 해외 생활을 잘 모르고 북한을 ‘지상 낙원’으로 묘사하는 어용 언론의 주장을 그대로 믿었다. 그리고 1960년대 숙청의 기억이 남아있기 때문에 보위부나 보안부 같은 보안 기관에 대한 공포가 너무 심해서 정치 노선이나 정권에 대한 불만을 표시할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2. “1990년대의 경제 위기와 기근, 배급제의 몰락 등은 북한 사회의 모습을 완전히 바꾸었다. 이 새로운 세상에서 자라난 사람들은 다를 수밖에 없다. 30세 미만 북한 주민들은 배급을 받은 경험이 거의 없다. 국가에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고 자기 힘으로 생존해야 한다는 것은 그들의 상식이다. 그들은 배급을 중심으로 하는 스탈린주의 경제와는 선을 그어놓고 있다. ‘장마당 세대’는 권력기관에 대한 공포가 상대적으로 적다. 1990년대 이후 … 부정부패의 폭발적인 증가 때문에 법이나 규칙을 위반한 사람도 돈만 있으면 벌을 피하기 어렵지 않게 되었고, 국가 역시 정치범을 이전보다 관대하게 다루는 경향을 보였다. 김일성 시대에서 정치 사건이 나면 주범뿐 아니라 가족 전체까지 수용소로 들어갔지만 요즘에는 가족이 중벌을 받지 않을 수도 있다. 부정부패 때문이든 국가가 관대하기 때문이든 결국 북한 청년들은 보위부나 노동당을 덜 무서워한다.”
* InterMedia(2012. 5). A Quiet Opening: North Koreans in a Changing Media Environ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