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mas Frank(2004[2012]). 김병순(역). 「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What’s the Matter with Kansas?)」, 갈라파고스.

“방직공과 제철소 직공, 미용사 같은 보통사람들이, 채식하며 와인과 ‘라테 커피’를 마시고 새로운 패션을 선도하는 명문대 출신의 비판적 지식계층을 잘난 체하는 혐오스런 자유주의자들(리버럴)로 인식하고 계급의 적으로 오인하게 된 것도 이 문화전쟁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들을 맥주나 마시고 총기를 소지하며 교회에 열심히 다니는 애국적이며 소박하고 선한 미국인으로 규정했다. 우파들이 주입한 전형적인 공화당원 마인드다. 그들은 약간은 쾌락주의적이고 퇴폐적인 할리우드류 문화와 가방끈 긴 삐딱한 자들을 사회의 기생충으로 간주하고 그들과의 전쟁을 의무로 여겼다. … 대책없이 거들먹거리던 민주당과 리버럴은 전통적 지지자들과의 적절한 관계맺기에 실패했다. 블루칼라 유권자들을 내팽개친 그들은 대신 자유주의적 성향의 화이트칼라 전문가들을 끌어들이는 데 역량을 집중했고 기업들에 열심히 구애했다. 그들이 노동조합보다 더 많은 선거자금을 내놨기 때문이다. 그들은 ‘계급투쟁’을 잊어버렸다. 약간만 더 앞서나가면 어차피 다른 데로 갈 곳 없는 중하층 노동계급이 자기 품을 떠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양다리를 걸쳤다. 뉴딜 이래 수십년 동안 싸움을 통해 쌓아온 진보적 가치와 제도를 지키는 일보다 일단 권력을 잡는 게 더 중요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은 고등교육을 받은 도시의 젊은 전문직 종사자들을 가리키는 ‘여피족’들을 얻는 대신 광범위한 전통적 지지자들을 잃었다. 민주당의 양다리 걸치기로 지지자들은 어디에 줄을 서야 할지 혼란에 빠졌고 1950년대 38%까지 올라갔던 노조 조직률은 9%대로 급락했다.”

* “경제를 뺀 좌파 세계관”에 대한 강한 혐오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