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트(1724~1804)와 헤겔(1770~1831)이 살아간 시대는 비슷하지만 각각이 제시한 국가에 관한 논의는 매우 상이하다. 둘 다 인간의 자유를 실현하는 매개로서의 국가를 언급하고 있으나 개인에게 개입하는 국가의 권한에 있어 칸트는 소극적인 권한을, 헤겔은 적극적인 권한을 제시한다. 칸트와 헤겔이 살아간 시대에서 주목할 만한 역사적 사건이 있다면 1789년에 발생한 프랑스 혁명이다. 칸트는 1795년 3월 프랑스와 프로이센 사이에 맺어진 평화 조약인 바젤 조약(프로이센이 대불 동맹에서 탈퇴한 후 10년간 중립을 약속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음) 직후 그의 <<영원한 평화를 위하여>>를 발표하였고, 헤겔은 1806년 10월 예나 전투 속에서 “나폴레옹의 대포 소리를 들으며” <<정신현상학>>의 마지막 페이지를 작성하였으며 몇 달 후인 1807년 1월에 완성된 그 저작의 서문은 그 시대의 혁명적 흥분을 반영하기도 한다.”
“교양은 특수성에 머물러 있는 즉자적 정신이 스스로를 외화시켜 대자적 정신이 되고 자기 자신 안으로 귀환하여 즉자대자적인 정신이 되어 보편성을 획득하는 자기 내 반성 과정 전체이다. 이는 곧 정신이 특수성을 보편성에로 지양하는 과정이다. 헤겔의 문맥에서 지양(Aufhebung)은 이전 단계의 것을 단순히 폐기 하는 것이 아니라 취할 것들을 취하면서 그것을 끌고 올라간다는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도덕성의 실현을 통하여 지향성과 단절했음에도 여전히 지향성의 여지가 남음으로 인해 문제시 되는 칸트의 입장과 달리 지향성의 요소들을 끌고 올라간다는 점에서 칸트의 문제를 일부분 해소한 것으로 보인다. 이전 단계 들을 지양하여 통일시키는 헤겔의 교양적 과정은 개인 정신의 차원에서 만이 아니라 사회적 차원, 나아가 국가의 차원에서까지 이루어진다.”
* 법(가정), 도덕(시민사회), 인륜(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