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지난해부터 ‘골디록스의 종언’은 경제 전문가 사이에서 오르내렸다. 골디록스란 영국의 전래동화 <골디록스와 곰 세 마리>(Goldilocks and the three bears)에 등장하는 소녀의 이름에서 따왔다. 동화에서 골디록스는 곰이 끓인 세 가지의 수프, 뜨거운 것과 차가운 것, 적당한 것 가운데 적당한 수프를 먹고 기뻐하는데, 이 적당한 것을 경제 상태에 비유한 것이다. 일정 수준 이상의 고용을 창출하는 경제성장을 하면서도 물가 압력의 우려가 없는 상태, 즉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호황을 뜻한다. 호황인데 뜨겁지 않다니, 얼마나 환상적인가.

지난 10여 년간 세계 경제는 성장률과 물가가 상충(trade-off) 관계에 있다는, 상식이 되다시피 한 경제학 이론을 보기 좋게 뒤집어왔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세계는 정반대의 상황에 빨려 들어갔다. 경기가 둔화하는 조짐이 뚜렷한데도 인플레가 고개를 든 것이다. 이런 기막힌 상황을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지난 4월 ‘얼음(성장 둔화)과 불(인플레이션)의 결합’이라고 묘사했다. 칸 총재는 “골디록스가 이제 없다”라고도 선언했다. 지난해까지도 세계는 이른바 ‘R(Recession)의 공포’에 떨었으나 이제는 더 무섭다는 ‘I(Inflation)의 공포’에 떤다. 고성장·저물가 시대의 종언을 가져온 것은 석유와 식량을 비롯한 원자재 값의 앙등이다.” -  장영희(시사인 39호, 080608) 

* 저금리로 조장된 경제[지표] 성장, 그리고 이른바 세계화에 힘입어 다투어 공급되던 염가 상품. 세 마리의 곰(FRB-WTO-Wall street)이 끓여준 고성장-저물가의 정크푸드 죽만 퍼먹다 영양실조에 동맥경화까지 겹친 美소녀 골디록스는 공적자금 7천억불 없이는 유동성 저하로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