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역사 속의 급진성이나 다른 사회의 급진성을 옹호하기는 쉽다. 그러나 내가 살아가는 현실 속의 급진성을 옹호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체제는 역사 속의 급진성과 다른 사회의 급진성이 현실 속의 급진성이 되는 걸 막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한다. 그 노력은 박제된 역사의식과 현실의식에 사로잡힌, 동시에 진보연/좌파연 하려는 치기에 사로잡힌 인텔리들과 결합하여 ‘이념의 에누리’ 현상을 만들어낸다. 일제 시절의 사회주의 독립운동가를 상찬하는 역사학자가 유시민을 상찬하고, 미국의 급진주의자를 상찬하는 사람이 진중권을 상찬하는 것이다. 현실 속의 급진성은 그렇게 역사 속의 급진성이나 다른 사회의 급진성을 상찬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공격되고 배제된다. 체제로선 가장 편리하고 안전한 ‘이념 정화시스템’이다. 우리는 흔히 역사의식과 현실의식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제대로 된 역사의식과 살아있는 현실의식이 없을 때, 우리의 역사적 지식과 외국이론에 대한 지식은 그 양만큼 강력한 사회적 흉기가 된다.”(김규항)

* 시류를 타는 안위가 아니라 별을 향하는 열망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