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고래정치학교의 취지를 자유주의 운동에 포위된 시민들(시민의 정체성은 분명하나 노동자로서 정체성은 약한)과 노동 현장 활동가 사이의 가교를 만드는 것이라 정리한 바 있다. 1기는 매우 의미 있는 성과도 있었지만 대개의 인문/사회 강좌 프로그램처럼 지적 자극을 좇거나 독서 취향의 변화에 머무는 모습도 있었다. 2기 강사진은 현장 활동가를 좀 더 보강하는 게 좋다고 본다. 단, 환기할 건 ‘현장은 어디인가’ 하는 문제다. 고전적인 현장, 즉 공장 노동자를 둘러싼, 혹은 투쟁 상황을 기반으로 하는 현장만 현장으로 보는 관점을 넘어서야 한다. 그런 관점은 현장을 협소화하고 대상화함으로써 시민들로 하여금 자신은 현장에 있지 않다는 착각을 만들어낸다. 그들이 노동하는 곳 역시 현장이라는 사실을 잊게 함으로써 결국 실재하는 현장 대부분이 은폐되는 것이다. … 대기업 정규직인, 우리에게 우호적인 사람들이 종종 말한다. ‘내가 지향하는 이념과 내가 일하는 곳의 괴리 때문에 괴로워요.’ 현장을 지향하는 데 자신은 현장에 있지 않다는 이야기다. … 그들이 고래정치학교에서 처음으로 현장 활동가를 조우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현장을, 자신이 현장에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 싸우지 않는다면 전장은 망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