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노동해방의 문제를 노동운동의 전투성에만 몰두하고 자족했던 것 같습니다. 변혁이라는 게 물리력만 갖고 되는 게 아니라 전체 사회의 체제나 질서에 대해 고민하면서 함께 풀어나가는 것인데요. 가장 전투적으로 싸워서 임금과 단체협약을 잘 따내면 잘한 투쟁이라 했던 게 굳어져버린 거죠. 그 운동의 성원 중 한 사람으로서 현재 청년들이나 젊은 노동자들에게 많이 미안하고 아픕니다.”

무지개 사회주의는 “제 스스로 변화하고 혁신하려는 의지를 표현한 말인데요. 세상은 다양한 생각과 사고방식과 삶의 양식이 어우러진 상태인데 내가 몸담았던 노동운동·좌파운동이 너무나 경직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결국 이중화하는 현상을 보여왔습니다. 집회장이나 언어나 글로선 아주 단선적으로 세상을 재단해버리면서 자기 삶에선 자본주의적인 삶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거죠. 아파트 평수를 넓히고, 아이를 더 좋은 학원에 보내서 시장경쟁력을 올리고 주식이나 부동산에 몰두하고. 이런 이중성이 통일이 되려면 우리가 무지개처럼 펼쳐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직성이 이중성을 만들어냅니다. 경직성은 집회나 시위의 형식에서도 나타나죠. 노동운동의 집회나 시위는 그 주력인 대공장 노동자들에게 맞추어져 상명하달식의 군대식 대오가 중심이었죠. 문화 부분은 부차화되어 그 대오에 복무하는 식이고요. 그런데 노동자들의 삶 전체가 그렇진 않거든요. 삶의 총체성을 담기 어려운 운동이 이중적 모습을 띠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