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초월적인 하느님과 역사적 현실 사이의 간극을 연결하는 고리이다. 윤리신학자 R. 니버에 의하면, 인간은 자아 초월성을 가진 창조적 존재이며 동시에 유한성을 가진 파괴적 존재이다. 즉, 인간은 하느님의 모상을 가진 존재이지만 동시에 죄인이다. 창조적 존재이면서 동시에 파괴적 존재인 인간의 모순된 본성 안에서 이 거대한 간극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 니버는 아이러니하게도 이 간극 사이에서 변증법적 통일을 구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 “아가페”라고 말한다. 아가페는 오늘 복음이 말하는 것처럼, 이웃을 나 자신처럼 사랑하는 것이다. 어떤 면에서 아가페는 파괴적이며 유한성을 가진 인간에게 단지 이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니버는, 아가페의 완성은 윤리적 이상일 수 있겠지만, 인간의 “윤리적 노력”을 통해 상대적으로 실현가능하다고 본다. 그래서 그는 아가페를 “불가능한 가능성”(impossible possibility)이라고 부른다.”

* 우재명·도미니꼬(예수회 신학원장, 신학대학원 교수), 서강주보, 연중 제31주일, 2012. 11.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