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우리가 지식이라고 할 때는 서술지식(declarative knowledge)을 말한다. 서술지식은 “이것은 무엇이다”라는 형태를 띈다. 앞서 예로 들었던 “한글을 창제한 사람은 세종이다”가 바로 서술지식이다. 하지만 다른 종류의 문제도 있다. 교통 수단을 고르는 문제의 경우 “이럴 때는 어떻게 한다”라는 형태의 지식이 필요하다. 이것은 절차지식(procedural knowledge)이라고 한다. 절차지식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키보드를 보지 않고 타자를 칠 수 있는 사람도 어느 글자가 어디에 있는지 물어보면 바로 대답하지 못한다. 손가락을 움직여서 허공에 타자를 쳐봐야 대답을 할 수가 있다. 자전거 타는 법은 말로는 아주 간단하다. 페달을 열심히 밟으면 된다. 하지만 이것은 서술지식일 뿐이고, 실제로 자전거를 타려면 절차지식이 필요하다. 서술지식과 절차지식은 개념상으로만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뇌에서 처리되는 방식도 다르다. 영화 <메멘토>의 주인공처럼 어제 경험한 사건도 오늘 잊어버리는 진행성 기억상실증 환자들도 어제 연습한 동작을 오늘 시켜보면 잘 한다. 서술지식을 학습할 때는 해마(hippocampus) 등의 뇌 영역이 관여하지만, 절차지식을 학습할 때는 기저핵(basal ganglia) 등의 뇌 영역이 관여한다. 해마는 손상되었지만 기저핵이 손상되지 않아서 서술지식은 저장할 수 없어도 절차지식을 저장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