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사학계에서 말하는 ‘중국 봉건사회 장기연속문제’란 결국 왜 중국에서는 서구와 같은 자본주의가 발전하지 못했는가라는 문제의 해명이기도 하다. 진관다오는 ‘초안정구조’라는 개념으로 이에 대답했다. 그는 이 ‘초안정구조’를 순자(荀子) 유좌(宥坐) 편에 나오는 의기(欹器)라는 특이한 그릇에 비유했다. 의기는 물을 가득 채우면 바로 기울어져 물을 쏟아내도록 되어 있다고 하는데, 중국의 봉건적 ‘초안정구조’가 꼭 그렇다는 것이다. 자본주의로 나갈 맹아는 종법일체구조에 의해 항시적으로 억제되고, 유럽과 같이 자본주의적 산업 영역으로 흡수되지 못한 거대한 유민은 대동란의 주역이 되어 기존 번영의 거점들을 쓸어버린다. 그리고 다시 원점에서 가국동형구조가 복제되고 되풀이 된다.”(김상준, 2011: 3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