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놀라운 사실은, 사건 당사자는 고소·고발장을 형사 조사 전에 미리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혹자는 당연히 자신의 방어권을 위해 어떤 내용으로 조사받는지 알아야 하는 게 아니냐고 되물을 수 있겠다. 하지만 지난 몇 년 동안 취재하면서, 고소(혹은 고발)를 당한 당사자 혹은 변호사에게 한결같이 들은 이야기가 고소장을 미리 받지 못해서 자기네들도 명확한 고소 사실을 모른다는 말이었다. 알고 보니, 2008년 참여정부 말에 검찰 내부 지침(사건기록 열람 등사에 관한 업무처리 지침)이 바뀌면서 가능해 진 일이었다. … 가끔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하지 않는다’라는 법 정신이 불편하다고 느낄 때가 있는데, 위에서 언급한 사실을 알았을 때도 비슷한 감정이 올라왔다. 권리조차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는 세상에 사는데, 그 권리에서 잠을 잔다며 야멸치게 구는 건 너무한 게 아니냐는 비법조인의 법 감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