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권력자들은 ‘시민의 힘’이니 ‘소통’이니 하면서 유권자를 두려워하고 시민에게 권력의 일부를 양도한 것처럼 생색을 내지만, 일레인 글레이저의 말처럼 정치가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금융시장’과 ‘미디어 거물’이며 정치가는 오직 그들과만 권력을 나눈다.”

“아울러 그의 체포동의안을 놓고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과시한 ‘찰떡 공조’는,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여야의 가두리 양식장이라는 것을 가르쳐준다. 비역질로 단합된 이들은 누구든 탈이데올로기라는 그물을 벗어나 반자본주의를 내세우기만 하면 민주주의가 파괴된다고 염병을 떤다.”

“서구의 대의정치는 ‘먼저 당신이 믿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라. 그리고 당신의 믿음을 대표하는 하나의 정당을 지지하고 그들이 실행할 수 있도록 만들어라’라는 원칙으로 작동한다.”

“‘이데올로기는 죽었다’는 말 자체가 가장 이데올로기적인 주장이다. 자본주의는 자신이 자연인 척하면서 어떤 대안도 상상하지 못하게 하는 이 시대의 대표적인 이데올로기이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하나의 신념 체계로서의 자본주의는 20년 가까운 독주를 그치는 듯했고, 세계는 여러 ‘주의’들과 비교해서 다른 대안을 선택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자본주의는 그 옹호자뿐 아니라 비판가들에게도 자연(自然)인양 간주됨으로써, 자본주의에 대한 어떤 대안을 상상하는 것마저 비현실적인 것으로 여기게 한다. 의식적으로 선택되고 인공적으로 유지되는 자본주의가 자연으로 위장하면서, 경제적 파국이 닥칠 때마다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참회의 열광 속에 자본주의는 자신의 실패를 감출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