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프랑스 순방 중에 한국철도시장 개방 연설을 한 직후인 11월 5일, 정부는 국무회의에서 WTO 정부조달협정(GPA) 개정안을 의결했다. 그리고 곧바로 11월 15일 대통령의 비준을 거쳐, 조만간 이를 WTO 사무국에 제출할 예정이다. 지난 6월 ‘철도산업발전방안’을 발표하여 한국철도공사(코레일)를 여객, 물류, 유지·보수 등 6개의 자회사로 분리하는 철도구조 개편방안이 제시된 데 이어 이번 정부 조달협정은 철도민영화를 위한 국내외 민간자본 유치를 제도화하는 것이다. … 법치주의는 인권보장을 목적으로 하여 모든 국가작용을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제정하는 법률에 기하여 행하도록 하는 원리이다. 이에 비추어볼 때 헌법 60조 1항이 중요 조약의 체결 및 비준에 국회의 동의를 얻도록 한 것은 단순히 조약의 절차적인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이는 해당 조약이 국가의 중요 정책사항이나 국민의 권리·의무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는 경우에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적극적 통제를 통해 국민적 합의를 형성하기 위한 실체적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취지라 할 것이다. 따라서 국내법 제·개정 외에 별도로 국민의 권리, 의무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을 규율하는 조약도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으로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정부조달협정 개정의정서 시행과 관련되어 시행령, 규칙 또는 고시의 개정만을 통해서도 협정 개정사항을 반영할 수 있으므로 법률 제· 개정이 필요치 않아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법제처의 심사결과는 행정편의적인 해석이라고 보여진다. 아울러 이는 국회가 입법과정에서 핵심 법률사항에 대해 지나치게 시행령 및 규칙에 위임하도록 한 입법편의주의와, 정부가 법률의 위임한계를 넘어서는 시행령 및 규칙을 제정하는 위임입법의 한계 일탈이 결합돼 발생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특히 통상절차법 9조, 11조 등이 ‘통상조약 체결에 따른 경제적 타당성과 영향의 평가’를 통하여 통상조약이 국내 경제, 국가 재정, 국내 산업, 국내 고용에 미치는 영향 등의 검토를 거쳐 신중히 결정하도록 하고 있음에도 이러한 절차를 이행하지 않은 채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 부처 협의만으로 졸속적 결정을 내리는 것은 부적절하다.”(서상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