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특히 진보적인 중간층 인텔리들은 어떤 특별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소비’하기도 해요. 권정생 선생 타계 후 ‘우리 곁에 살다간 성자’라는 말이 한창 유행했었잖아요. 그 말엔 저 사람은 성자고 나는 사람이니 저 사람처럼 살지 않겠다는 뜻과 그래도 나는 저런 사람을 존중하고 의미를 이해하는 교양을 가진 사람이라는 뜻이 함께 담겨 있죠. 그건 실은 개인적 풍경이 아니라 불온하고 위험한 사람이 갖는 불온성과 위험성을 중화시키는 체제의 작업이기도 합니다. 지금 당신은 원했든 안했든 저명인사 가 되어가는 상황인데요.”

“송경동 = 굉장히 위험한 상태라고 봐요. 예를 들면 제가 ‘현장에 있는 유일한 시인’ ‘노동운동과 결합하는 유일한 시인’이라는 말을 듣는 게 기분 좋아지는 순간, 아마 내가 썩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진짜 저명해져야 되는 사람들이 있어요. 용산 싸움을 예로 들면 60여명이 망루에 올라갔는데 거기에는 자기 지역이 아닌데도 올라간 철거민들이 있었어요. 그 새벽 망루에 올라갔던 평범한 사람들, 그 순간 인간적 연대와 유대가 무엇인지를 보여준 사람들. 저명해야 할 사람들은 바로 그들이죠.”

* 으스대면, 그리 할수록 폄훼된다. 오늘도 겪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