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대전 패전 후 독일은 단독으로 전쟁 책임과 막대한 배상금을 물어야 했다. 더구나 당시의 전쟁 종결은, 주요 참전국이 참호전을 벌이며 교착 상태가 지속되는 와중에 후방에서 일어난 수병들의 반란과 독일혁명 같은 내란에 의해 갑자기 이뤄졌다. 적의 군사력에 굴복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독일 처지에서는 ‘패전의 실감이 없는 패전’이었고, 이런 요인들이 히틀러와 나치즘 등장의 원인이 되었다.”

“일본의 2차 대전 패전이 여러 면에서 이와 유사하다는 게 사토 다케오 교수의 시각이다. 특히 일본 본토에서 결전이 없었다는 점에서 역시 ‘패전의 실감이 없는 패전’이었다. 당시 본토에서 벌어진 지상전으로는 오키나와 전투가 유일했고, 나머지는 본토에 대한 공습과 원폭 투하로 사실상 전쟁이 끝났다.”

“그의 글에서 분명한 것은 아베를 필두로 한 일본 우익들이 현재 1차 세계대전 패배 뒤의 히틀러나 나치의 심리구조와 비슷하다는 점이다. … 그것은 지난 20년에 걸친 장기 불황의 타개책으로 등장한 아베노믹스가 1920년대 쇼와 불황 당시의 ‘다카하시 재정’을 모방한 데서도 드러난다. 당시 다카하시 재정의 끝은 1931년부터 시작된 중·일 전쟁이었고, 일본은 군수경제 체제로 들어서서야 불황에서 탈피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