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 대부분은 젊고, 새로운 야심적인 비전을 가지고 있었으며, 높은 학력과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의 의지는 순수하고 이상주의적이기까지 했다. 게다가 거기에는 훌륭한 ‘대의’도 포함되어 있었다.” “거기에 중대한 무.언.가.가 결여되어 있었다… 그 무.언.가.가 ‘올바르고 입체적인 역사 인식’이었다는 것을 지금은 알 수 있다… 거기에 결여되어 있던 것은 ‘말과 행위의 동일성’이었다… 그럴듯하고 번지르르한 말들만 자꾸 앞서가고, 그 배후에서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도의적 공백을 피비린내 나는 리얼리티가 덮어갔던 것이다.”

“인간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자기를 재형성할 때에만 인간일 수 있다. 이러한 재형성 없이 내가 갈망하는 것을 성급하게 얻으려는 자들(“나는 정결함이란 것이 두렵다. 정결함의 어떤 점이 두려운 것입니까? 성급함이다.” <<장미의 이름>>)은 쉽사리 위력적인 타인과 실현불가능한 이념에 몸을 맡기게 된다. 그러니 여기서 우리는 역사적 현실의 고난을 감내해야만 한다는 상투적인 교훈을 다시금 떠올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 pathei mathos!”

* 村上春樹, 約束された場所で―underground 2(1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