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생각에는 한국의 30대, 40대들이 술자리에서 가장 많이 하는 거짓말이 대학 시절에 거리에 나가서 돌 좀 던져봤다는 걸 거예요. 왜냐하면 제가 분명하게 기억하기로 1986년에 대학을 다닐 때 상당히 데모를 많이 한 우리 학교에서도, 도서관 앞에서 막 소리 지르면서 동참하라고 하던 학생들 숫자가 200명을 넘지 않았어요. 1987년에는 훨씬 많아져서 학생 100만 명이 참여했다고 하더라도, 정말 자기가 그때 민주화를 위해 싸웠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지 모르겠어요. 아주 일상적인 거짓말이죠. … 대학교수들뿐만 아니라 해외 유학을 하고 한국 사회의 지도층을 형성한 많은 분들이 자기 인생의 중요한 출발점에서 이런 보이지 않은 거짓으로 출발했습니다.”

“우리 모두는 불완전한 사람들이예요. 거짓말도 많이 하죠. 사회 시스템 전체가 거짓말을 권하는 그런 면도 있어요. 다같이 거짓말 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그런 면이 있는데, 그런 불완전성 속에서 불확실한 가운데 사는 사람들은 늘 마음 한편이 불안하다는거죠.” “살아남기 위해서 하는 거짓말, 살아가기 위해서 하는 거짓말, 또 자기를 포장하기 위해서 하는 거짓말이 있습니다. 자기를 좀 과장하기 위해서 하는 거짓말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늘 하죠.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만 보이는 특이한 거짓말이 뭐냐 하면, 바로 의리와 인정 때문에 하는 거짓말이죠.”

“거짓말 권하는 사회로부터 한국 사회가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우선 기억을 복원하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서구 지성사회는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아우슈비츠와 굴락 얘기를 계속 해요. 그 이유는 그게 무슨 자랑스러운 역사라서가 아니라, 불행한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그러는 거죠. 따라서 역사를 복원하는 작업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로 기억을 복원하는 데 가장 필수적인 것이 자기 성찰과 고백이라고 생각합니다. 거짓말 중에 가장 위험한 것은 자기를 속이는 거라고 생각해요. 자기 기만이 계속되다 보면 나중에는 자기가 누군지조차 잊어버립니다. 이런 사람을 ‘정신적 외계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살다보면 이처럼 자기가 누군지도 잊어버리고 정신이 아예 안드로메다로 출장을 떠나는 경우도 생깁니다.” “세 번째로 중요한게 고백한 사람들을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는 … 왕따가 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저는 그 용기의 근원이 될 수 있는 뭔가를 갖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 같은 경우에는 그게 신앙인 것 같아요. ‘저 사람한테 붙어야 되나, 붙지 말고 왕따 당할 각오를 해야 하나?’라고 고민하는 결정적인 순간에, 저는 하나님이 살아계시다는 걸 떠올리고 ‘저 사람한테 붙지 않아도 하나님이 정말 살아계신다면 내가 이 위기를 넘기게 해주실 거다. 하나님이 살아계시지 않으면 이 세상이 살 가치가 없는 거 아니겠는가’라고 생각합니다. … 결정적인 순간에 의지할 수 있는 어떤 믿음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김두식 외, 21세기에는 바꿔야 할 거짓말, 한겨레출판,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