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과학기술에 관련된 지식은 원리적 지식과 절차적 지식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원리적 지식의 기준은 참과 거짓이고 절차적 지식의 기준은 성공과 실패입니다. 과학자는 참과 거짓을 따지고 공학자는 성공과 실패를 따집니다. 이 두 지식이 결합하여 과학-기술 지식이 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새로운 과학-기술 지식은 사회에 투여되고 피드백을 받으면서 계속 순환하고, 그 결과 ‘개량’이 일어납니다. 이를테면 중국인은 화약과 화포를 발명했지만 그것을 전해 받아서 개량을 하고 무거운 대포를 만들어 범선에 실은 사람은 유럽인이었습니다. 왜 중국인은 그것을 개량하지 못했을까요?”(282)

2. “예수회 선교사들의 기술적 지원과 풍부한 원자재, 중국인들 자신의 재주와 능력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만족스러운 수준의 대포를 생산하지 못한 요인은 한두 마디로 요약하기 힘들다. 중국이 왜 우수한 대포를 만들어내지 못했느냐고 묻는 것은 중국이 왜 산업화하지 못했느냐고 묻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단순히 기술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가치관과 문화적 자부심, 제도의 문제가 아닌가 싶다.” _ 카를로 치폴라 <대포, 범선, 제국>, 140쪽.

3. “카를로 치폴라의 말대로 사회적 신념 체계와 관습의 광범위한 변화가 없었다면 과학혁명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조선시대 말 개항을 전후로 형성된 서양 문명에 대한 수용 논리, 즉 동도서기東道西器와 같은 시도는 불가능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동양의 정신과 서양의 기술을 아무론 접합제 없이 결합시킬 수는 없습니다. 정신적인 것들은 물론 사회적인 여러 제도적 장치들이 기술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함께 움직여야 하는 것입니다. … 원리적 지식과 절차적 지식의 결합, 사회적 신념 체계와 관습의 광범위한 변화를 통해 과학은 새로운 시대정신의 강력한 저변을 형성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서구 세계 전체로 확신하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 계몽주의입니다.”(2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