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 있으면서 정말 놀랐던 것이 뭐냐 하면 썰소Thurso라는 스코틀랜드 위쪽의 작은 촌마을이 있어요. 제가 직접 가봤어요. 진짜 촌이에요. 완전 깡촌이예요. 우리로 친다면 함경북도의 이름도 모를 작은 촌마을, 바닷가 마을인 셈이죠. 거기서 1960년대에 경찰관이 어린애를 때렸어요. 그 사건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어떻게 경찰관이 아이를 때리느냐’고 하면서 그 사건에 대해서 국회에서 진상조사위원회가 구성이 돼서 1년 동안 조사한 거예요. 이게 개인의 문제인가, 조직의 문제인가, 교육의 문제인가, 훈련의 문제인가. 1년 동안 그 사건을 조사해가지고, 1964년에 1차 경찰 개혁 보고서가 나와요. 그 사건 하나를 가지고, 아니 그것만은 아니겠지만, 그걸 계기로 해서 그동안 여기저기서 제기됐던 경찰의 가혹 행위, 묻혀 지나갔던 불신의 대상이 됐던 것들을 다 드러내서, 경찰의 문화, 관행, 제도, 교육 다 뜯어고쳐요. 완전히 조직 개혁이 일어난 거죠. 그 다음에 90년대 또 한 번 그래요. <아버지의 이름으로>로 영화화된 사건인데요. 다니엘 데이 루이스라는 배우가 나왔던. 버밍엄 식스 사건이라고요. 1975년 버밍엄 펍 폭파 사건으로 6명이 체포돼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는데요. 1991년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그 사건을 계기로 또 한 번 국회진상규명위원회가 설치돼서 1년 동안 조사를 해요. 그렇게 해서 완전히 틀을 바꾸고 제도를 개혁해냈거든요.”(표창원,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