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21~1842년 만초니가 세 번이나 고쳐 쓴 <약혼자들>은 토스카나 방언을 중심으로 이탈리아 표준어가 확립되는 데 공헌했으며, 이탈리아 통일운동인 리소르지멘토(Risorgimento, 이탈리아의 민족의식을 일깨운 이념ㆍ문학 운동)에도 크게 기여했다. 이 작품이 나왔을 때 이탈리아 반도는 여러 공국으로 분열되어 있었고, 밀라노가 주도인 롬바르디아 지역 전체는 오스트리아 지배 아래 있었다. 작가는 검열을 피하기 위해 무대는 그대로 살린 채 시간 설정만 스페인 치하의 17세기로 옮겼다.”

“밀라노 근교의 레코에 사는 렌초와 루치아는 결혼식 날 아침, 주례를 보기로 한 마을의 신부 돈 압본디오로부터 주례를 볼 수 없다는 통고를 받는다. 스페인 귀족이자 이 지역의 영주인 돈 로드리고가 루치아에게 흑심을 품고 돈 압본디오에게 주례를 서지 말라고 위협했던 것이다. 내막을 알게 된 두 사람은 잠시 돈 로드리고의 마수를 피하기로 하고, 렌초는 밀라노로 가고 루치아는 몬차의 수녀원에 숨는다. 밀라노에 도착한 렌초는 도시에서 일어난 식량 폭동에 휘말려 누명을 쓴 수배자가 되고, 몬차 수녀원에 숨었던 루치아는 돈 로드리고의 사주를 받은 산적에게 납치된다. 평범한 계급의 연인이 세도가(勢道家)의 방해로 혼사 장애를 겪는 이처럼 세속적인 이야기의 처음과 끝에 정의를 위해 고통받는 것을 회피한 마을 신부가 있다.”

“편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것과 존경받는 강력한 계급에 몸을 맡기는 것이 그가 성직자를 선택하게 된 충분한 이유인 듯했다. 돈 압본디오는 자신의 몸을 바침으로써, 그리고 다소 위험을 무릅씀으로써 얻어지는 그런 이익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의 삶의 방식은 주로 모든 대립을 회피하는 것이었고, 피할 수 없는 대립에는 굴복하는 것이었다. 예외적인 경우, 두 적수 사이에서 편을 들어야 했을 때, 그는 더 힘센 편을 들었지만, 늘 그 뒤쪽에 서 있었는데, 다른 편에게 자신은 자발적으로 그의 적이 된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저는 <약혼자들>이라는 책을 세 번 읽었는데 또 읽으려고 지금 책상에 두고 있습니다. 만초니는 저에게 많은 것을 주었지요. 우리 할아버지는 제가 어렸을 때 이 책의 서두를 외우도록 가르치셨어요.”(교황 프란치스코)

* 알렉산드로 만초니(Alessandro Manzoni, 1785~1873)는 체사레 베카리아의 외손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