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갈비집의 헛도는 물레방아, 플라스틱 잡풀이 박혀 있는 인공폭포, 과하게 꿈틀대는 어느 호텔의 바로크-로코코풍 인테리어, 틀린 철자들 드문드문 보이는 고급 프렌치 레스토랑의 메뉴판, 삼국지연의 의리 불타는 중국집 붉은그림들, 대형 부페집의 드레스 입고 ‘미스코리아 머리’ 한 삼인조 연주자들, 예식장의 조율 안 된 백색 그랜드 피아노, 금박 리본에 간판글씨체로 쓰여진 채 펄럭이는 축하문구들, 너무 헐벗어 교도소 같은 ‘안도 풍’의 노출 콘크리트 빌딩, 헬스장 다니는 하마 같은 중산층 응접실의 가죽소파, 한 번도 펼쳐보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졸부집의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제목이 아주 긴 시집,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푸시킨 시구 새겨진 화장실의 목판 인두화, 기름에 튀긴 꽈배기처럼 딱딱해 보이는 나비넥타이, ‘오리지널’이란 글자가 강조된 중국산 모스콧 안경, 챔피온 벨트만한 금장버클의 가죽벨트, 하회탈 줄 넥타이한 양복신사, 성질 더러운 표정을 한 호랑이 문신 … 이 모든 것들을 우리는 키치적인 상황이라고 부른다. 키치는 진정성(reality)이 결여된 껍데기뿐인 삶의 양식이다.” _ 이건수 편집장, <월간미술> 2011년 7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