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영리함(deinotēs)이라고 부르는 능력이 있다. 이것은 앞에 놓인 목표에 연결되는 것들을 행위할 수 있는 능력, 그 목표에 도달할 수 있게 하는 종류의 능력이다. 그래서 만약 그 목표가 고귀한 것이라면 영리함은 칭찬받을 만한 것이고, 목표가 나쁜 것이라면 그때의 영리함은 교활함(panourgia)일 뿐이다. 그런 까닭에 실천적 지혜를 가진 사람과 교활한 사람을 모두 ‘영리한 사람’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 아리스토텔레스, <<니코마코스 윤리학>>, 1144a 20-29.

“아리스토텔레스가 ‘탁월한 능력deinos’을 지녔다고 일컫는 사람은 윤리적 인식을 위한 모든 조건과 재능을 타고나긴 했으되, 섬뜩할 만큼 비상한 수완으로 모든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이용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이득을 챙길 줄 알며 어떤 상황에서도 빠져나갈 구멍을 찾을 줄 아는 인간형을 가리킨다. 윤리와 덕성의 실천적 지혜를 겸비한 인간형과는 정반대의 천성을 지닌 이런 인간형은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온갖 목적을 위해 아무런 거리낌 없이 자기 재주를 사용할 줄 알며, 모름지기 어떤 일은 삼가야 한다는 관념 자체가 없다. 그런 유형의 인간은 ‘덕이 없는 사람aneu aretēs’이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영악한 자가 ‘끔찍하다’는 뜻으로도 쓰이는 한 단어로 지칭된다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비열함에 있어서 천재적인 능력을 가진 사람만큼 끔찍하고 섬뜩하고 공포스러운 존재는 없는 것이다.”

* 가다머, <<진리와 방법 2>>, p. 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