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과 ‘기복적’은 다르다. 전자가 인생의 본질을 치밀하고 극명하게 재현하는 것이라면, 후자는 정황의 변화에 따라 부조화가 돌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요컨대 양자의 차이는 앙상블에 있다.
“피터 브룩은 말리 극장을 ‘세계 최고의 앙상블’이라고 칭한 바 있다. 레프 도진의 연극이 무대 위의 삶을 실제로 믿게 하는 힘, 배우들의 삶에서 바로 나 자신의 삶을 보게 만드는 힘을 발하는 이유는 바로 완벽하게 구현된 인물들, 그리고 그 관계 속에 존재하는 뛰어난 앙상블에 있다. 레프 도진은 관객들이 지닌 평가의 잣대를 무장해제시키고 생생한 삶의 진실을 마음 가득히 받아들일 수 밖에 없게 만든다.”
“레프 도진은 ‘바냐 아저씨’를 체홉 작품 중 가장 아름다운 ‘다이아몬드’(정수)로 꼽는다. 그가 스스로 고백하기를 ‘20년 동안 계속 생각해 왔으나 감히 손을 대지 못하였다가’ 2003년 드디어 무대화했다.”
그러나 2010년 아르코 예술극장에서 공연된 심재찬 연출의 <바냐 아저씨>는 무대와 객석을 간단없이 분리하는 기복적 연출을 통해 세공한 다이아몬드를 조야한 원석으로 회칠하였다. 改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