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말 이른바 ‘이중진리론’이 등장하면서 은총은 초자연적인 것에 갇히고 자연은 은총으로부터 벗어나 자율성을 누리게 된 것이죠. 그 결과가 무엇입니까? 단적으로 말해서 신앙의 통합적 의미를 상실하게 된 것입니다. … 근대 문화와 사고 방식이 등장하면서 삶의 다른 영역(예를 들면, 정치, 경제, 과학, 예술)과 구별해서 ‘종교’도 독자적인 자리를 얻게 된 것이죠. 종교가 자립적인 영역이 되자 그것은 사실상 삶의 다른 영역으로부터 떨어져 나가게 되었습니다. 정치는 정치대로, 경제는 경제대로, 과학은 과학대로, 윤리는 윤리대로, 예술은 예술대로, 자체의 메커니즘과 논리에 따라 유지되는 독자적인 영역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영역은 전통과 공동체를 통해서 매개되는 초월적 가치에서 분리되었습니다.”(강영안, 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