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 기간부터가 워낙 길다. 그 이유는 인간의 뇌가 다른 동물에 비해 월등하게 커서다. 인간 뇌는 평균 1.3~1.4㎏으로, 500g인 침팬지에 비해 배 이상 무겁다. 뇌 크기로 보자면 인간의 임신 기간은 21개월은 되어야 적정하다고 한다. 그런데 그랬다가는 출산에 문제가 생길 터. 결국 인간은 10개월 만에 엄마 뱃속에서 나와 오랜 기간 보살핌을 받으며 성장해야 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것이 생후 1년이다. 이 시기에 적절한 관심과 애정을 받지 못한 아이들은 외부와 소통하는 데 결정적인 장애를 겪게 된다. 사도세자의 비극도 여기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영조가 사도세자를 얻은 것은 서른여덟 살 때. 애지중지하던 큰아들을 잃은 지 7년 만이었다. 후궁이 사도세자를 낳자 영조는 크게 기뻐하며 생후 100일부터 아이를 생모로부터 떼어놓고 엄격한 태자 교육을 실시한다. 엄마의 사랑을 받지 못한 채 엄한 아버지 밑에서 성장한 사도세자는 열 살 때부터 발작을 일으키는가 하면, 스무 살이 넘어서면서부터는 주변의 궁녀나 내시들을 해치기 시작한다. 자식에 대한 영조의 과잉 기대와 무관심이 결국 끔찍한 비극을 낳은 셈이다. 이는 어찌 보면 오늘날의 부모·자녀 관계와도 비슷하다. 지금 부모들 또한 자식에 대한 기대는 잔뜩 있으면서 자식의 마음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지 않나.”(김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