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자리’라는 <개그 콘서트> 코너명대로 가장(家長)의 자리가 가장자리로 밀려난 시대라고는 하지만, 아버지가 할 일은 분명히 있다. 특히 사춘기 때가 중요하다. 요즘 중2 보고 우스개로 반인반충(半人半蟲) 내지 호모인섹트(homo insect)라 하던데, 청소년은 일종의 ‘사회적 신생아’라 할 수 있다. 2차 성징이 나타나 몸은 완성돼가지만 사회적으로는 신생아나 다름없다. 과거에는 아버지가 자녀를 데리고 다니며 어른에게 인사하는 법, 남의 집 방문하는 법 등등을 자연스럽게 가르쳤다. 이를 통해 사회적으로 관계 맺는 법을 배워갔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좋은 대학 나와서 대기업 취직한 젊은이들을 만나보면 처음에는 ‘내가 일을 잘할 수 있을까요?’ 걱정한다. 그런데 몇 달 지나고 나면 다들 한결같이 ‘관계’ 때문에 힘들어한다. 아버지처럼 가까이 있는 멘토를 통해 관계 맺는 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탓이다.”
“‘그럼 엄마는 뭘 해야 하나요?’ 묻고 싶을 거다. 그냥 뭘 하려 들지 말고 밥만 잘해주시라고 답하고 싶다(웃음). 초등학교 4~5학년 정도까지는 엄마가 아이들의 마음을 조작하는 게 가능하다. 때론 설득하고, 때론 ‘자꾸 말 안 들으면 엄마 집 나갈 거야’라고 협박도 해가면서. 그런데 청소년기에 이르면 달라진다. 프로이트가 말하지 않았나. “억압된 것은 반드시 회귀한다”라고. 모성을 부정하려는 게 아니다. 그러나 아이의 삶을 기획하고, 관리하고, 조작·통제하려 드는 어머니는 어쩌면 생명과 가장 먼 존재일지도 모른다. … 정신분석에서는 “모든 증상은 메시지다”라고 말한다. 아이가 어떤 증상을 보일 때는 그 행위를 통해 말하려는 메시지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아이로부터 한 걸음 떨어져 객관적인 시선으로 아이를 바라보면서 숨은 메시지를 읽으려 노력해야지, 겉으로 드러난 행위만 막으려 해서는 그 행위가 절대 끊어지지 않는다.”
“프랑스 68혁명 때 라캉은 “불가능한 것을 상상하자”라는 구호를 내걸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도 불가능한 세상을 꿈꾸고, 그런 세상을 가능케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