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아버지는 톨스토이의 소설집에 삽화를 그리는 것으로 유명한 화가이자 예술학교의 미술 교수였으며, 어머니는 피아니스트였다. 모스크바의 교양있는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어려서부터 소설가 톨스토이,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 작곡가 라흐마니노프와 교류했던 부모님 덕에 예술적인 자양분을 흡수하며 자랄 수 있었다. 특히 젊은 시절 이웃에 살던 알렉산더 스크랴빈,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 영향으로 음악가를 꿈꾸던 작가이기에 그의 시는 음악적 성향이 짙다. 실제로 작가는 음악가가 되기 위해 모스크바 음악 학교에서 작곡 이론을 배운 경험이 있다.”(헤르만헤세 박물관)

“아주 어릴 때 잠깐 만났던 릴케라든지 이웃에 살던 작곡가 스크리야빈, 그리고 첫사랑의 여자, ‘시인의 죽음’이라고 할 때 시인인 마야코프스키. 이들과의 만남을 얘기하고 있는데 이상하게 이 만남을 따라가다 보면 파스테르나크가 자신을 만나게 되는 그런 과정을 목격하게 돼요. 제가 좋아했던 대목은 파스테르나크가 청년일 때 작곡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었는데 자신이 쓴 곡을 정말 존경하는 작곡가이자 이웃집에 사는 스크리야빈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가져가요. 그에게서 아주 친절한 조언을 듣죠. 당신에게는 재능이 없다는 아주 친절하고 긴 대화를 나누고 돌아오게 돼요. 돌아오는 길에 가슴속에서 뭔가가 뛰쳐나올 것 같은 마음으로 밤새 모스크바 밤거리를 걸으면서 청년이 음악과 작별을 고하는 그런 장면이 있는데 뭔가 깨끗한 마음의 움직임이 느껴지면서 깊은 감동으로 남았던 장면이에요.”(한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