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의 원제목은 ‘아니말 트리스테(animal triste)’다. 독일 작가의 독일 소설이지만 이 단어들은 라틴어다. 나는 라틴어를 모르지만 이 두 단어가 들어있는 오래된 관용구 하나를 알고 있다. ‘옴네 아니말 트리스테 포스트 코이툼(omne animal triste post coitum)’. 즉, ‘모든 짐승은 교미를 끝낸 후에는 슬프다.’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에서 풋내기 수도사 아드소는 야생적인 소녀와의 첫 경험 이후 “욕망의 허망함과 갈증의 사악함”을 최초로 실감하면서 저 관용구를 상기한다.)”

“나는 사랑이 안으로 침입하는 것인지 밖으로 터져 나오는 것인지조차도 아직 알지 못한다.”

“1년 전 일이니 분명히 기억난다. 고작 20쪽 남짓인 이 첫 챕터를 나는 몇 번에 걸쳐 쉬어가며 읽어야 했다. 심장이 세차게 뛰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20쪽을 다 읽고 나서, 이것이야말로, 내가 늘 기다리고 찾고 꿈꾸는 그런 종류의 소설이라는 것을 알았다. 어딘가에도 썼지만, ‘자신에게 전부인 하나를 위해, 그 하나를 제외한 전부를 포기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나는 당해내질 못한다.”

“모니카 마론은 주인공 그녀의 형상 속에 2차대전 이후 동독에서의 삶이 한 여자에게 미친 불행한 영향들을 섬세하게 새겨 넣었고, 독일의 분단과 통일이라는 역사적 격변이 개인의 삶에 가져온 엇갈림과 비틀림을 그녀 주위의 다른 인물들을 통해 포착해 내면서, 이 소설이 그리는 사랑의 사건을 역사의 사건으로 끌어올린다. 우리 내면의 모든 것이 역사라는 변수에 종속돼 있는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소설이 한 개인의 삶을 역사의 흐름 속에서 이해하려고 노력할 때 얼마나 더 깊어질 수 있는지를 이 소설은 탄식이 나오도록 입증한다.”

“한편으로는 지독한 사랑과 참혹한 애도의 서사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독일의 분단과 통일에 대한 섬세한 스케치인 이 소설을 모니카 마론은 최상의 산문 문장으로 끌고 나간다. 최상의 산문 문장은 고통도 적확하게 묘파되면 달콤해진다는 것을 입증하는 문장이다. 달콤한 고통이 무엇인지를 꿈과 잠의 주체인 우리는 안다. 꿈과 잠에 비유해 본다면, 그녀의 문장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한없이 눈물을 흘리다가 탈진한 상태로 깨어나서는 한참을 더 울게 되는 그런 꿈이고, 탈진한 상태로 깨어나서 한참을 더 울다가 사랑하는 사람의 품에 안겨 그 슬픔이 달콤한 안도감으로 서서히 바뀌는 것을 느끼는 순간 다시 찾아오는 그런 잠이다.”

_ 신형철, 2013.10.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