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좋아하는 책을 한 권만 꼽으라고 하면 제가 꼽는 책입니다. 처음에 대학교 1학년 때 1982년에 마르케스가 노벨문학상을 탔어요. 그래서 그때 유명하다기에 한번 읽어봤는데 그렇게까지 최고의 책이다라고 생각하지는 않았거든요. 그런데 나중에 영국에 유학 와서 제가 개발경제학 이런 걸 하다보니까 남미에 대해서 좀 많이 알게 되고, 남미사람들도 만나서 그 역사나 문화에 대해서 이해를 하게 되고, 그 다음에 영어로 된 거를 다시 읽어보니까 이게 굉장히 참 기가 막힌 책이더라구요. 그러니까 남미라는 데가 500년 동안의 식민지 역사부터 시작해서 너무나 부당하고, 정말 기가 막힌 일이 많기 때문에, 이것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그냥 분노 정도로는 잘 표현이 안 되는 거 같아요. 그래서 소위 마술적 리얼리즘이라고 해서 현실을 묘사하기는 하는데 마술을 얘기하듯이, 그렇게 말도 안되게 표현을 하지 않으면 도저히 현실을 받아들이고 편히 살 수 없는 그런 사회들이기 때문에, 이런 식의 문학장르가 탄생을 한 거죠. 그래서 이 책은 제가 생각날 때마다 3~4년에 한번씩 다시 읽어보고 하는 책인데, 그래서 저로서는 제일 소중한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_ 장하준, 2011. 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