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기에 찬 간명한 강한 혐오, 김규항의 문장. 《씨네21》 <유토피아 디스토피아>에서 첫 대면한 그의 글은 묶인 응어리를 끊어내는 반감이었다. 세상을 공전하는 이들을 걷어내는 명징함은 수차례 ‘B급 좌파’를 음미하게 한 동력이었다.

십여 년이 지난 오늘, 김규항은 삶을 부유하는 커다란 표상을 이력이 나도록 역설하고 있다. 내면 깊숙히 담겨진 공명을 남겨둔 채, 이념과 대의를 양손에 붙잡고 미끄러지며 행진한다.

다음 십 년은, 그가 숙연함으로 기억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