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시를 말할 때 기승전결을 말하지 않습니까. 근데 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어디냐면 ‘전’입니다. 어떤 이야기를 시작해서 이것을 발전시켜 나가다가 그것을 뒤엎는 순간이 바로 그 ‘전’인데요. … 아주 짧은 시를 쓰면서도 바로 이 ‘전’을 만들어내는 시인들이 있습니다. 짧은 글 속에서도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다가 이것을 획기적으로 뒤엎는 글도 있습니다. 대개 여기에 해당하는 글, 여기에 해당하는 구절을 내가 좋아합니다. 그런 구절을 읽으면 ‘아, 여기도 희망이 하나 있구나. 아, 여기도 어떤 가능성 하나가 있구나.’ 생각하지요. 그게 슬픈 것이든 기쁜 것이든 어떤 ‘전’을 만들어낼 때가 이 세상에 새로운 가능성, 새로운 희망을 찾아내는 순간이라고 그렇게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_ 황현산, 2014. 4.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