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문장에도 등급이 있다. 좀 좋은 문장을 읽으면 뭔가를 도둑맞은 것 같아 허탈해진다. ‘아이쿠, 내가 하려던 말이 이거였는데.’ 더 좋은 문장을 읽으면 뿌연 안갯속이던 무언가가 돌연 선명해진다. ‘세상을 보는 창 하나가 새로 열린 것 같아요.’ 더 더 좋은 문장을 읽으면 멍해진다. 그런 문장을 읽고 나면 동일한 대상을 달리 생각하는 방법을 잊어버리고 그 문장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것에 대해서라면 나는 이제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요.’ 이런 문장.”(신형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