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의 괴테는 에커만과의 대화에서 “평생 동안 엄청난 세계사적 사건들을 마치 일상사처럼 경험한 것이 나에겐 크나큰 득이 되었다”라고 했다. 미국의 독립과 프랑스대혁명 그리고 나뽈레옹전쟁 등 세계사적 사건들을 동시대인으로서 경험한 것이 자신의 창작에 커다란 자극과 밑거름이 되었다는 것이다. 괴테의 문학은 그러한 역사적 전환기의 도전에 대한 치열한 성찰의 산물로 파악할 때 비로소 진면목이 드러난다. 괴테는 미시적 개인사와 거시적 시대사를 조밀하게 결합하여 생동하는 인간상으로 제시한다. 이 책에서는 괴테의 문학세계를 당대의 사회・역사적 맥락 속에서 분석하여 괴테 문학의 근대성과 현재적 의의를 해명하고자 한다. 봉건 절대왕정이 붕괴되고 근대 시민사회로 이행하는 세계사적 전환기를 살았던 괴테는 근대화 과정에 수반되는 새로운 모순과 갈등을 예민하게 감지했다. 근대화의 복합적 국면에 대한 괴테의 문학적 성찰은 근대화의 명암을 속속들이 경험하고 있는 오늘날의 독자들에게 맹목적 근대주의의 편향을 교정할 수 있는 사유의 단초를 제공할 것이다.
_ 임홍배, 2014.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