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유는 약육강식의 방종에 빠지기 쉽고 평등은 튀어나온 못을 때리는 식으로 타락할 수 있다. 양 극단을 바로잡는 것이 우애다.” “조부는 제2차 세계대전 후 기세를 더하는 사회당과 공산당에 대항하는 기치로서 우애를 내걸었다. 우애 이념은 보수정당의 저류에 흐르면서 일본의 고도성장을 지탱하는 기초가 됐다.”_ 하토야마 유키오, <나의 정치철학>

2. 하토야마는 “자신의 우애론이 [1955년] 자민당을 창당한 조부 하토야마 이치로 [前 총리]에서 비롯했다고 밝힙니다. 하토야마 이치로의 우애론은 1923년 <범유럽>이라는 저서를 통해 EU 통합의 사상적 기초를 놓은 쿠덴호프 칼레르기의 저서에서 비롯했습니다. 칼레르기는 프랑스 혁명의 자유, 평등, 박애 정신 중 자유와 평등이 근본주의에 빠질 때 각각 인간의 삶을 위협할 수 있다고 보고, 그 균형을 잡는 개념으로 박애를 선택합니다. 칼레르기의 박애 정신이 바로 오늘날 EU 통합의 출발점이 되었다고 합니다.”

3. 하토야마는 “우애의 정신을 오늘날 일본이 처한 국내외 문제 해결의 처방전으로 삼습니다. 글로벌 자본주의와 시장 근본주의로 초토화되다시피 한 일본 사회를 구원하며, 중앙정부와 지방분권·지역 주권국가 간 관계를 규율하고, 나아가서는 미국과 중국의 틈바구니에서 일본의 생존이 달린 동아시아 공동체 추진을 위한 기본 개념으로까지 확장합니다. 칼레르기에게서 유럽 통합 개념으로 사용된 박애가 하토야마에게서 우애로 바뀌어 동아시아 통합의 개념으로 되살아나는 구조인 것입니다. 일본을 보며 다시 한번 바깥 세상의 변화를 실감합니다. 바깥은 바야흐로 포스트 신자유주의의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 자본 중심 사회를 대체할 사람 중심의 철학을 누가 끌고 가느냐 하는 문제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4. “귀족원(현 참의원) 의원을 지낸 증조부, 총리 출신의 조부, 부친 하토야마 이이치로(鳩山威一郞) 전 외상에 이어” 4대째 맥을 이은 하토야마 총리는 “‘일본의 케네디 가문’이라고 불릴 정도로 정치 명문가 출신일 뿐만 아니라 재벌급 정치인이기도 하다. 어머니는 세계적 타이어 제조업체인 브리지스톤 창업자의 장녀다. 하토야마 대표는 예금액만 12억 엔이 넘고 도쿄와 지역구인 홋카이도엔 대저택이, 나가노엔 7200m² 규모의 별장이 있다. 1996년 민주당 창당자금도 그가 댄 것이다.”

5. 진보좌파 진영은 광고 문구와 같은 ‘개념어’에 쉽게 열광하며 냉철한 판단력을 유실한다. 목표가 숭고할지라도 동기가 불순하면 필경 타락한다. 하토야마는 “新대동아공영권”을 표방하는 명분으로 ‘우애’를 내걸었다. 우애는 좌초한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동이자, 적대자의 동의와 지지마저 영합할 수 있는 보편적 가치 아닌가. 그가 왜 ‘간디’의 7대 사회악을 도입한다 하겠는가? 우리가 해석하는 ‘우애’와 하토야마가 지향하는 ‘우애’는 다를 수 있다. “사쿠라의 의미 변용“을 상기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