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스는 파산지경에 이른 가정의 혼란과 불확실성, 아버지의 음주와 폭력, 이를 신앙심으로 극복하려는 어머니 등의 모습을 매일 지켜봐야 했다. 그리고 그는 내면에서 솟는 알 수 없는 성적 욕망과 싸워야 했다.그는 14세이던 1896년에 처음으로 더블린 사창가를 드나들기 시작했다고 고백했다. 그 과정에서 일상에서 벗어나려는 해방감과 죄의식 사이에서 끊임없는 갈등에 빠지기도 했다. 이런 혼란 속에서 교회에 발을 끊게 되고 어머니와도 사이가 멀어지게 된다. 그는 주정과 폭력을 일삼는 아버지를 도리어 이해하게 되고, 아버지를 무한한 인내심으로 참아내는 어머니의 신앙심에 대한 반발감을 갖게 된다. 조이스는 아버지를 죄인으로서 자신과 동일시하고 어머니는 억압적인 교회와 동일시하면서 종교가 어머니를 희생자로 만들고 있다고 인식하게 된다. 이 과정은 [젊은 예술가의 초상]에 등장한 주인공의 내면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1914년은 조이스 문학이 정점을 이룬 시기다. [더블린 사람들]이 출간되고, [젊은 예술가의 초상]은 연재를 시작하고, [율리시스] 집필을 시작한 해가 1914년이다. 이른바 ‘더블린 3부작’이 1914년에 모두 어떤 식으로든 결정되기 시작한 것이다.”
“조이스의 작품은 전체가 하나의 연작처럼 읽힌다. … [더블린 사람들], [젊은 예술가의 초상], [율리시스]는 같은 등장인물이 나오고 같은 장면이 계속되기도 한다. 특히 스티븐 디덜러스가 레오폴드 블룸을 만나는 과정은 [율리시스]의 중심 에피소드다. [율리시스]는 더블린의 세 사람이 보낸 1904년 6월 16일 하루를 묘사한 작품이다. 젊은 지식인 스티븐 디덜러스와 신문광고 모집인 레오폴드 블룸, 블룸의 부인 마리언 블룸이 주인공이다. 소설은 세 사람의 내면과 무의식의 흐름을 좇아간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의 형식을 따라 배열된 18가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블룸의 비밀스러우면서도 관음증적인 성욕이 다양하게 묘사된 부분은, 이 소설이 발표 당시 왜 ‘음란 출판물’ 판정을 받았는지 알게 한다. 한국에서는 김종건 교수가 번역한 [율리시스]가 대표적이다.”
_ 배문성, 2009. 2.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