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째 문장을 보자. “이 책을 부지런히 숙고하고 읽으면 … 행운”(fortuna)과 “자질”(qualità)이 약속하는 “위대함”(grandezza)에 이를 수 있다. 로렌초에게는 훌륭한 군주가 될 “자질”이 있으나 그것만으로는 모자라니 이 책을 읽어야 하고, 거기에 행운이 덧붙여져야 위대함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그가 헌정사 마지막 문장에서 자신의 처지가 열악하다는 것을 호소하고 있는 것 또한 바로 앞의 자신만만함을 도드라지게 하기 위한 배열로 여겨진다. 그러니, 믿거나 말거나, 이 헌정사의 전반적 기조는 ‘오만함’(hybris)이다. … 자질이 있고, 독서를 열심히 하고, 행운이 찾아오면 위대한 군주, 즉 비르투(virtù)를 가진 군주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이것이면 될까? 어렵다! 체제(regime)는 무형의 이념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그래서 마키아벨리는 <<로마사 논고>>에서 공화주의를 강조하였을 것이다. 이로써 <<군주론>>과 <<로마사 논고>>는 짝을 이루는 텍스트들이 된다.

_ 강유원, 2014. 12. 18.